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요식행위’ 김영란법 졸속 처리가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가운데 입법 공청회 등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요식행위에 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주관으로 국회에서 김영란법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모습. 연합뉴스
佛선 예방적 규범통제 통해 입법과정서 위헌여부 판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위헌 논란과 부작용 우려 등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국회가 위헌 요소를 제거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국회의 위헌심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철저한 검증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김영란법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담당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위헌 여부를 포함해 법안체계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여론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입법조사처의 조언 등 각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위헌 요소들을 제거하지 못함으로써 이 같은 과정이 요식행위·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최초로 김영란법을 심사하며 세월호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완성된 형태의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결국 김영란법 중 가장 복잡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제외하고도 위헌 요소를 포함한 법안을 법사위로 넘기는 부실한 결과를 도출했다.
이후 법사위에서도 충분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공청회에서는 진술인 6명 중 5명이 ‘수정 불가피’ 의견을 냈지만 논의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통해 협상권 위임을 받고 정치적으로 몇 가지를 수정하기로 하고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게 됐다.
이에 따라 법안을 만들 때 실효성과 위헌 여부 심사를 현재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이 헌법 정신이 맞지 않고 인기영합적으로 흐르면 국회는 결과적으로 정치행위를 헌법재판소에 위임하게 된다. 정치인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헌법평의회(한국의 헌법재판소에 해당)가 하는 것처럼 ‘예방적 규범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가 이미 제정된 법안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는 데 비해 예방적 규범통제 기구는 법의 제정 과정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예방적 규범통제가 민주 국가의 3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방적 규범 통제기구는 자칫 잘못하면 권력 분점을 깨뜨린다. 이 때문에 유일하게 프랑스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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